건강한 사회를 위한 죽음교육의 대중화
-안상윤 교수(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죽음을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터부시한다.그만큼 죽음은 두려우면서도 우울한 주제다.우리와는 달리 서양이나 다른 아시아인들은 죽음을 삶의 연속선상에 있는 자연스런 사건으로 인식하고 공론화하려고 애쓴다.한국 사람들이 처음 외국여행에서 맞이하는 충격 중에 하나가 도시 안에 잘 갖춰져 있는 공원묘지를 목격하는 것이다.
묘지는 일상생활로부터 절대 보이지 않는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기 때문이다.특히 서양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도시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묘지를 방문하고 죽음에 대한 교육을 받곤 한다.사람은 반드시 죽으며,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교육은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집착증은 오히려 삶을 더 천박하게 만든다.
한국은 갈수록 천박한 삶이 판치는 사회다.주체할 수 없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가난한 계층을 무자비하게 소외시키고 있다.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한없이 고단하고 부유층의 삶은 본받을 것이 없다.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위선의 삶을 살고 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통령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국가개조를 외치고 나섰다.하지만,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우리 국민 개개인의 정신이 건강해지고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필연적 죽음'에 대한 교육이다.실제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서서히 태동하고 있는 죽음교육을 통해 생명과 삶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죽음교육은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해준다.누구든지 반드시 죽는다는 깊은 이해와 수용은 사람을 물질적인 집착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무조건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무모함보다는 삶에 여백을 만들고 좀 더 여유롭고 평안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의식은 오늘을 겸허히 살고, 또 소유로 인한 쾌락보다는 존재가치 그 자체로부터 행복을 찾도록 만들어준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기보다는 죽음에 임박해서 망가진 건강을 되돌리려고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다.기약 없는 연명치료는 가정경제를 파탄내기도 한다.한국인들이 죽기 전 3년 동안 지출하는 치료비가 일생동안 사용한 건강비용과 맞먹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그러나 한국인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할 때 자신의 육체를 함부로 취급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경외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삶을 경건하게 삶으로써 품위 있는 한국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죽음교육의 대중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연구원 안상윤 교수의 2014.07.32 충청일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