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과 죽음대비교육
-김광환 교수(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2000년대 들어 웰빙(Well-Being)이 유행하면서 온 국민이 잘살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웰빙이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웰빙은 잘사는 문제만이 아니다. 평안한 죽음도 행복한 삶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행복한 나이들기, 즉 웰에이징(Well-Aging)과 행복한 죽음, 즉 웰다잉(Well-dying)이 포함되어야 한다. 잘 늙고 잘 죽지 못한다면 잘 살았다고 하기에 부족하다.
웰다잉이란 갑자기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 후회 없는 죽음을 맞도록 ‘준비된 죽음’으로, 편안하게 고통 없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경제 선진국들은 30여년 전부터 웰에이징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10 여년 전부터 죽음학, 생사학(生死學)이 시작되었고 죽음관련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죽음은 더 이상 개인의 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국가는 국민이 누구든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죽음에 이르는 사회 조건을 만들어 가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질병이나 노년기에 처한 소외 계층의 사회적 복지 수준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려야 하며, 이를 위해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 사회 조건 마련에 대한 전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죽음교육 프로그램의 표준을 만들고 시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죽음대비 교육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한 삶을 위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 2년 전에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시면서 선종(善終)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선종이란 천수(天壽)를 다하고 인생의 유종(有終)의 미를 거두었다는 뜻인데, 천주교에서 임종 때 병자성사를 받아 착하고 거룩하게 삶을 마친다는 용어로 사용하며, ‘잘 살고 복된 죽음을 맞이함’ 이라는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이다. 이제 우리는 내 삶과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된 죽음을 준비해야 하며 사회에 다음과 같은 존엄한 죽음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첫째, 인간다운 삶에 대한 추구와 성숙한 선택에 의한 자신과 타인의 죽음 맞이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이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슬픔ㆍ분노ㆍ절망ㆍ우울ㆍ공포ㆍ불안ㆍ고통ㆍ고독감을 넘어서, 가족과 친지의 감사와 화해의 분위기 안에서 평온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주위의 모든 사람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둘째, 인간의 품위 있는 존엄사를 위한 의료계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의학은 환자를 질병 치료의 대상으로만 여겨왔고 환자에 대한 인격적인 대접은 의료인 개인의 인격과 성숙에 맡기는 정도였다. 이제 의료기관은 환자의 삶과 죽음의 질ㆍ감정치유 등의 문제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또한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연명치료는 개인이나 가족의 선택 사항이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연명 치료 중단 시점에 대한 합리적동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죽음 문화 조성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죽음 교육이 필요하다. 죽음 교육은 개인적으로는 개개인이 자기 죽음을 대비하는 일을 넘어 자기 인생의 참다운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는 일이며, 사회적으로는 개인 차원의 일을 넘어서 국가와 사회의 생명존중과 인간의 존엄성을 다지는 일이다. 따라서 의료 종사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각자 자기 인생에서 죽음에 관한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스스로 검토하게 하고, 임종에 임한 사람의 심리를 함께 공감하고 인식을 고유하는 죽음관련 교육이 확산되어야 한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연구원 김광환 교수의 2015.8.13 중앙매일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