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칼럼] 캐나다 노인 장기치료시설 견학 - 건양대학교 기초교양교육대학 김문준 교수
최고관리자2022-10-18

캐나다 노인 장기치료시설 견학
고독한 노년과 죽음 대비


- 김문준 교수(건양대학교 기초교양교육대학)


 올 여름, 웰다잉융합연구팀에서 복지 선진국가인 미국(책임교수 김광환외 2명) 및 캐나다(김문준교수)를 방문하여 노인 장기치료시설(Long Term Care Center)과 노인전용 아파트(은퇴 후 주거지; Retirement Homes) 몇 군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캐나다의 노인복지 상황과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의 시설보다 시설과 서비스가 좋아 보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노인들에게서도 행복한 얼굴은 만나지 못했다. 무심한 표정, 생기 없는 응시, 움직임이 거의 없는 느릿느릿한 닫혀진 공간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만 눈에 들어 왔다. 그들은 고독했다.

우리나라 노인들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전 평소에 존경하던 분의 부음을 받고 문상을 다녀왔다. 그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어릴 때부터 성실하게 공부했고, 자기 직업이나 사회 생활에서 성실하게 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다. 가정도 평안하고 다복한 편이었다. 자녀들도 다 사회에 적응을 잘하여 정부와 대기업의 요직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한 자녀는 외국에서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오래 살았다. 부인이 먼저 치매를 앓다가 7년전에 세상을 떠났으며 자녀들은 모두 타지에서 산다. 그러니 가족이 모두 모이기는 어렵고, 이리저리 1년에 한 두번 보는 정도가 가족 만남의 전부이다. 자식들은 물론 그가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던 손자들이 한 달에 한 두 번 걸어오는 전화가 사랑하는 사람과 맞닿는 소통의 전부이다. 90세가 넘으니 형제들은 이미 모두 고인이 되었고, 친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나 5년 이상 그들과의 만남 없이 혼자서 살았다.

하루에 한 번씩 들르는 생활도우미가 그가 만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그가 사망하기 석 달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자녀들이 즉시 달려왔지만, 그는 이미 병원에서 쓸쓸히 혼자서 죽음을 맞이한 이후였다.

사람의 죽음은 고독한 일이다. 죽음은 고독과 함께 온다. 죽음은 결국 혼자 당하는 개인적 사건이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이 고독한 노년과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노인들은 수년 간 너무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하게 죽음을 맞는다. 더군다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은 더욱 고독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이 되면 고독과 친해져야 할 것이다. 노인이 되어 갈수록 고독과 친숙해지고 세상과 삶에 대한 통찰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통과 고독이 없는 인생은 진정한 자아를 만나지도 못하고 타인과의 깊은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수 있다. 고통과 고독을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미있는 사건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국가나 사회는 노인의 고독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고독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약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병들게 한다. 우울이나 무력감에 빠지게 하여 인생을 비관하고 위축되게 만든다. 그러니 고독한 인생과 죽음이 많아진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고 문명에 역행하는 방향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이 고독한 노년과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전국에 많은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그리고 혼자 사는 가옥에서 노인들은 고독하게 살아간다. 고령화 사회 국가들은 노인복지에 대해 여러 차원에서 대비해 왔지만, 결국 노인의 고독은 개인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누구든 언젠가는 봉착하게 될 노인의 고독한 삶과 죽음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와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풀어보고자 건양대 웰다잉 연구팀(책임교수 김광환)에서는 올해 지혜로운 삶을 위한 웰다잉이란 책을 출간 하였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연구원 김문준 교수의 2016.8.25 중앙매일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