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교육의 필요성
‘지혜로운 삶을 위한 웰다잉’ 에서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수 단계다.
삶은 죽음으로 종결되기 때문에 더욱 고귀하며, 생명은 죽음에 의해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존엄하다.
누구든 자신의 죽음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죽음과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죽음에 대한 자각이 깊으면 깊을수록 현실의 삶의 뜻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삶의 목적을 주체적으로 다시금 묻게 된다. 또한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듯이, 건강하고 행복한 죽음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산다는 것은 경험을 넓혀가는 것이고, 어려움을 감내하는 과정은 고단하기는 하나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게 하여 인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저마다의 생사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죽을 때 나는 어떤 모습 혹은 어떤 상태이기를 원하는가”라고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의 죽음을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일 대학교 철학과 셀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을 통해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며,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인생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비로소 생존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죽음이다.
죽음을 강렬하게 깨닫는 순간에 얻게 되는 인식의 변화는 우리를 실천으로 이끌 가능헝이 크다.
죽음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일깨우는 강력한 촉매제이며, 죽음교육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일깨우는 촉매제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동서양 모두 과거에는 죽음이 일상 안에 있었다.
백신과 항생제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전염병 등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는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멘토모리(Mementomori)' 사상이 유행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인들은 삶 속에서 괴로운 것, 싫은 것, 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삶과 분리하여 제거해 버렸다.
죽음도 그 중의 하나다.
또한 첨단의료의 발달로 수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현상과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 분리될 수 없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는 인류 발전의 커다란 성과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신체가 점차 쇠약, 병약해지는 부정적 과정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과 끔찍함 등 불안감을 야기한다.
그래서 고령화는 현대인이 성찰해야 하는 죽음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하겠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인간 소외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까지도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그에 따른 자살이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뿐 아니라, 가족이란 안전망이 해체되면서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살다 혼자 생을 마감하고 그 시신이 수개월, 수년 동안 방치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이렇듯 변화된 현대의 죽음 환경에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죽음교육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하는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여,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면서 더욱 성숙해진 상태로 노화와 죽음을 마주하는 위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끈다.
건양대학교 웰다잉융합연구팀의 2017.2.15 중앙매일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