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알리기와 이별 정리
‘지혜로운 삶을 위한 웰다잉’ 에서
우리는 더러 나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알려졌을 때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나 그것이 주변 상황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나의 죽음이 알려졌을 때 과연 사람들은 슬퍼할 것인지, 아니면 잘 죽었다고 기뻐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분명히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
영국의 철학자로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여 20세기의 지성으로 꼽히는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l)의 ‘셀프 부고’는 유명하다.
그는 78세였던 1950년에 출간한 ‘인기 없는 에세이집’에 자신이 직접 쓴 부고 내용을 수록했다.
러셀은 자신이 9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다고 가정하고 1962년 6월 1일 영국의 주요 일간지인 타임스에 발표될 자신의 부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 부고 기사에서 그는 “러셀은 한 평생을 천방지축으로 살았고 그의 삶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었지만 일관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19세기 초 귀족 출신 반역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신념은 기묘했으나 그의 행동은 늘 신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썼다.
또한 그는 “아직 살아 있는 친구들에게 그는 비상하게 오래 산 사람치고 몹시 재미있는 인물로 여겨졌는데 여기에는 의심할 것도 없이 그의 변치 않는 건강이 큰 공헌을 했다”고 하였다.
실제로 러셀은 98세까지 장수를 누리다가 죽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듯이 죽음에 대한 특수한 커뮤니케이션 역시 매우 다양하게 수행될 수 있고 또 그것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특히 죽기 전에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실습을 해봄으로써 남아 있는 생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지니게 만들고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좀 더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죽음준비 교육의 일환으로 혹은 실제 죽음에 직면하여 용서와 화해 등 이별 정리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돌아보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살아오면서 자신과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에 대해 화해와 용서,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일이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동시에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설정하여 삶의 회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
이 세상에 우리는 손님으로 왔다가 온 곳으로 돌아갈 것이며, 우리 모두는 죽는다.
짐이 가벼워야 즐거운 여행이 된다.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듯이 모든 짐을 내려놓고 떠나야 즐거운 돌아감이 된다. 죽음교육은 삶의 관점으로 생명의 역정을 쫓는 시간에서 전환하여 죽음의 관점에서 인생을 볼 수 있게 한다.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이별 정리는 필요하고, 죽음교육은 우리를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별을 앞두고 진정으로 가볍게 떠나고 싶다면, 용서, 감사의 뜻을 담아 책·편지 등 글로 쓰거나 혹은 평소 글을 못 써서 부담스럽거나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면 영상편지 등을 찍어 전할 수 있다.
또한 엔딩 노트·버킷 리스트 작성, 사전의료의향서와 사전장례의향서 작성, 유언장 작성, 가족과의 여행 등 다양한 방법을 실천함으로써 남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
건양대학교 웰다잉융합연구팀의 2017.3.17 중앙매일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