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캐나다 보건복지부 견학 - 건양대학교 기초교양교육대학 김문준 교수
캐나다 보건복지부 견학
캐나다의 안락사법
- 김문준 교수(건양대학교 기초교양교육대학)
전 세계적으로 존엄사와 안락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국가에서 연명치료 중단 허용 단계를 넘어서, 편안한 죽음을 인위적으로 시행하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다.
수 년간 학술재단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죽음학 관련 현장 조사차 미국(웰다잉융합연구팀 책임교수 김광환외 2명)과 캐나다(김문준교수)를 방문했다. 캐나다는 비교적 사회복지가 잘 시행되고 있는 국가인데, 2016넌 6월에 안락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만나본 캐나다 복지부의 안락사법 담당자는 안락사법 제정 과정, 정부의 안락사위원회, 안락사법을 시행하는 과정의 위험성,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오랫동안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안락사법이 통과한 배경에는 도널드 로우 의사의 호소가 캐나다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널드 의사는 2003년 사스(SARS) 위기 때 TV에 출연하여 차분한 대처 방안 설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의사인데, 뇌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동영상을 만들어 조력 자살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이다.” 그는 그가 고통받고 있는 증세를 자세히 설명하여, 현재 자신은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며 움직일 힘이 거의 없는데, 더 나쁜 것은 아직 최악의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통 없는 죽음, 편안한 죽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단지 연명치료를 중지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몸에서 24시간만 살아보라” “나는 인간다운 존엄성을 지닌채 살고 싶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죽고 싶다.” 그는 캐나다인들에게 안락사는 끔찍한 일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도널드 로우 의사의 요청을 기점으로 캐나다인들의 여론이 움직이고 캐나다 정부는 2015년에 안락사위원회를 구성하고 2016년 6월에 의회에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안락사법 통과는 캐나다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유럽의 네델란드, 벨기에, 룩셈부르그, 스위스, 그리고 중남미 국가인 콜럼비아 등이 허용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은 안락사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에 말기암 환자인 29세 브리트니 메이나드가 유튜브에 자신의 안락사를 원한다는 동영상을 올렸다. 메이나드는 편안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했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안락사를 허용한다. 메이너드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살았지만, 안락사를 허용하는 오리건주로 이사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말기암 상태에서 스스로 죽을 날자를 선택하였고 그녀의 부모와 남편,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했다.
안락사와 존엄사에 관한 법안의 공통점은 개인의 행복 추구 권리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안락사 허용을 논하기 전에 여러 단계의 사회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인간성과 생명이 경시되지 않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기 위해 존엄사든 안락사든 그 당사자가 어떤 이유로 요청하는지를 체계적인 여러 단계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검토와 결정이 이루어지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의료, 상담, 복지 등 관련 전문가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존엄사나 안락사 요청을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엄사나 안락사를 다루기 전에 신중하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노인 복지, 진료 체계, 복지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는 안락사를 논해야 할 것이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연구원 김문준 교수의 2016.8.26 중앙매일 칼럼입니다.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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